겨울로 가는 길에
겨울로 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든다. 계절이 언제부터 겨울이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처럼, 내 시절도 그럴까 하고. 시간은 나를 천천히 지나가서 조급할 일도 없고, 아낄 필요도 없다. 남은 추억이라곤 고양이의 것뿐. 낮잠을 자다 깨어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반짝이는 눈동자가 나의 시간을 대신 기억해주는 듯하다.
그러다 문득, 그 모퉁이 어디인가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삶의 어느 계절을 돌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. 어딘가로 이어질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, 지금은 그저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지나가는 시간과 함께 머물러 있을 뿐이다.